김치볶음

2025년 8월 12일 20:45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얼마 전에 참치김치볶음을 했습니다.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정성 한 스푼사랑 두 스푼을 눌러 담았죠.

BTS처럼 윤기가 좔좔 흐르는 쌀밥과 함께 놓으니
비주얼이 뉴진스 뺨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순간, 저희 집 식탁이 파리 S/S 오트쿠튀르 현장으로 변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런웨이
엘레강스하게 스쳐 지나가는 참치와 김치의 캣워크!
이 천국의 현장을, 그것도 프론트 로우에서 직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한 입 한 입 넘어갈 때마다,
꿀인지 젖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거든요.

가나안으로 방향만 틀었을 뿐인데,
이렇게 판타스틱한 만나를 허락하시니
그 은혜가 어찌 그리 크신지요!


예정에 없던 프레타포르테(두 공기째)까지 순삭하고 나니
요나가 들어와도 다리 쭉 뻗고 잘 만큼 배가 불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맛있는 걸 오늘 다 먹어치우면 내일이 섭섭해할지도 몰라.
반은 남겨서 그 다음 날 먹자.
복리가 마일리지처럼 쌓여서 더 맛있을 거야.”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차일로 이월했고,
마침내 두 번째 페스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침 준비를 하려고 후라이팬 속 모델들에게 다가갔더니
쉰내가 풀풀풀!

데오드란트라도 뿌려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범인은 바로,
VIP들을 한여름에 상온 방치신뭐시기라는 작자였습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그냥 다 먹어버릴걸…”


“너희가 냉장실에 거하고
내 냉기가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먹어라.”


그 어떤 진수성찬도 잘못 보관하면
세균들의 소굴로 변함을 일깨워 주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8월 12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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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8월 12일 20:59분

참치김치볶음의 영광이 하루를 넘기지 못한 것 처럼,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 거하지 않으면 풀 처럼 시들어 버리고 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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