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한 샘
2025년 8월 19일 15:05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사흘 전,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치고 레버를 누르려던 순간
동공이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시커멓게 보이는 이물질이 변좌의 좌측 하단에 출몰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7월 1일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미미의 얼굴을 씻겨주었는데…
혹시 막내가 연필깎다 찌꺼기를 버린 건가?
곧바로 1급 경계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모든 시신경이 망막으로 총 동원되어 괴물체를 확인했습니다.
해마에서 파견된 과학수사대의 분석 결과,
약 1cm로 추정되는 흑색 곰팡이!
충격에 빠진 라스칼라는 리브레토의 사망을 선포했습니다.
“오 주여! 저 곰팡이들은 터미네이터의 T-1000입니까?
어떻게 다시 살아돌아온 겁니까?”
무너졌던 여리고가 다시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니
또다시 일곱 바퀴를 돌 생각에 편도체가 아찔했습니다.
현기증이 올라올 무렵,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뭐든지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먼저 생각해 보아라.
그동안 청소하면서 네가 해왔던 패턴을 분석해 보거라.
더러운 곳들은 빡빡 밀고 몇 차례씩 닦았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곳들은 대충 넘기지 않았느냐?
깨끗했다고 대충 씻으면 곧바로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란다.”
락스를 바르고 곰팡이를 밀어내며, 다시금 다짐했습니다.
“앞으론 더 거룩하고 정결한 변기로 거듭나게 해줄게!”
“아디오 델 파사토~”
옛사람이나 변기나,
늘 지난날과 완전히 헤어져야 함을 일깨워주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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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주님의 말씀처럼, “대충”은 결코 정결을 낳지 못하지요. 겉으로 깨끗해 보이는 자리일수록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교훈이 참 묵직합니다. 오늘 제 마음의 구석구석도 다시 점검해야겠습니다. 보이는 때보다 숨어 있는 곰팡이가 더 무섭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