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2025년 10월 21일 11:07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요즘 장남은 신이 났습니다.
내일이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수련회를 떠나거든요.
지난주부터는 말마다 “수련”이가 찬송가의 아멘처럼 후렴구가 되었다니까요.

“아버지 학창시절에도 수련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수련원이 뭐 하는 곳이에요?”
“김포에 수련원이 몇 개나 있을까요?”

이제는 하도 들었더니 귀에 딱지가 앉았습니다.
그저께는 콧물이 나온다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하냐고 하면서요.

하긴,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떠나는 수학여행이니
흥분이 안 될 수야 없겠지요.
오랜만에 공부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탈출구니까요.

어제는 세안도구들을 미리 다 챙겨놓고,
가방까지 깨끗이 빨아 베란다에 널었습니다.
정성스럽게 먼지를 깨끗이 닦아서 가지런히 놓은 휴대용 치약!
그것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 속에는 춘향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여기까지는 예고편이고요,
진짜 하이라이트는 어제 저녁 9시에 벌어졌습니다.

“아빠 오늘은 성경 3장!”
“어, 왜…?”
“제가 수련원 가니까요. 미리 더 읽어야지요!”

겨자씨에 푸른빛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삼부자네에선
에스겔의 탄호이저가 주님의 지휘에 따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교향곡의 카라얀,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10월 21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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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0월 21일 11:30분

그 작은 설렘 속에서 말씀을 더 읽겠다는 아들의 결심이 얼마나 향기로운지요. 여행의 들뜸 속에도 주님을 먼저 떠올리는 마음, 그게 바로 천국의 예행연습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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