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대조
2025년 10월 22일 11:19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수련회 당일날,
장남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머리를 감았습니다.
“룰루랄라~!”
그의 콧노래와 드라이기의 사운드가 블렌딩되면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로 승화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다이나믹한 리듬을 타면서.
졸음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블링블링한 눈빛으로
식탁에 앉았습니다.
교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가슴엔 휴대용 가방을 맨 채로.
그 옆에는 막내가 있었습니다.
풀이 죽어 시큰둥하고 있는 녀석의 표정엔
뭉크의 「절규」에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 가산혼합되어 있었습니다.
씨리얼을 어그적어그적 씹던 녀석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6학년 되면 수학여행 가요?”
“음… 너도 수련회 가고 싶어서?”
“네… 저도 갔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초등학교 때는 안 갈 거야.”
“…..”
5초 정도의 긴 침묵이 흐른 뒤,
“그럼 언제 가요?”
“중학생은 돼야 가능하겠지.”
“……”
형제는 집을 나섰습니다.
한 명은 파라다이스로,
다른 하나는 도살장으로.
본향으로 가는 길을 예비하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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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목자께서 두 형제를 각자의 리듬으로 인도하시고, 머잖아 같은 찬양으로 발걸음 맞추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