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의힘
2025년 12월 10일 13:27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얼마 전 발생한 사건입니다.
베란다 정리를 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뭔가 이상한 물체가 망막에 포착되었습니다.
수상한 낌새를 차린 편도체에서 즉각적으로 비상 선포를 하였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오마이갓!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주인공이 떡 하니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대자로 뻗은 상태로요.
쥐약을 놓은 것도 아니고, 찍찍이를 붙여놓은 것도 아니었는데…
부검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견은 곧바로 튀어나왔습니다.
아사로 추정됨.
영국군의 해상 봉쇄로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렸던 독일처럼,
하수구가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고립되어 있다가
결국은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음……
몇 날 며칠 꼬리를 밟아보려고 수색대까지 파견했던 용의자를
찾긴 찾았지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몸보다 두 배는 더 길어 보이는 그의 갸냘픈 꼬리가
너무나 애처러워 보였거든요.
고난의 행군으로 앙상해진 몸뚱아리에서는
애닯은 애수가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 드랍 쉐도우의 잔영이 제 심령까지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선조가 만약 기니피그였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만약 기사모 회원의 집으로 입양되었다면???
적어도 이런 비참한 운명은 맞이하지 않았겠지요.
설령 죽더라도 쓰레기 봉투가 아니라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기념사진 찍고 기니별로 갔을 겁니다.
다시금 확실히 깨달았어요.
조상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살도록
족보까지 새로 만들어주신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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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작은 생명 하나의 끝에서도 족보와 은혜를 떠올리게 하시는 주님의 터치… 참으로 우리 조상이 누군지가 삶과 운명을 갈라놓는군요. 아브라함의 자손 되게 하신 그 은혜, 오늘 다시 깊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