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2025년 12월 30일 10:45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주일날 예배를 마친 뒤
아이들과 책을 사러 갔습니다.
김포공항역에 있는 영풍문고에요.

규모는 비록 크지 않지만
화개장터처럼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곳이라
몇 번 갔었는데요.
롯데백화점 안에 있어서
한눈 팔면 길을 잃어버리기가 일쑤입니다.

베이커리에서 솔솔 풍기는 맛있는 빵 냄새,
먹음직 보암직 탐스럼직한 와플의 속삭임,
보기만 해도 입에서 살살 녹을 것 같은 젤라또……
한도 끝도 없는 사이렌의 노래가
오감을 유혹하는 곳!

그날도 쉽지는 않았지만,
저희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서점에 도착했습니다.

‘자! 이제 슬슬 지식의 향연에 빠져볼까나!’

새로 나온 신간에 손과 눈이 가는 사이
두 아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더군요.
개의치 않고 글을 읽었습니다.
이제 다 커서 미아가 될 나이는 아니니까요.

잠시 뒤,
열심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저에게
둘째가 다가왔습니다.

“아빠! 나 이걸로 골랐어”

깜짝 놀랐습니다.
중학교 1학년 수학책이었거든요.

또 잠시 뒤,
장자는 「한국사 신박한 정리」라는 책으로
다시금 저의 전두엽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만화나 동화나 그림책이
녀석들의 장바구니에서 빠지다니!
개구장이들이 어느새 그렇게 큰 거예요.
‘그림동화 읽어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26년도엔 또 얼마나
저를 놀라게 할지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주님!
저도 이제 5년 차인데,
새해엔 깜짝 깜짝 놀라게 해드릴 만큼
장성하기를 소망합니다.

곁에서
“앞으로의 널 기대하고 항상 응원한단다”
말씀하시는 주님께 영광을! 할렐루야!

🖋 신동혁 올림
📅 2025년 12월 30일

Comments

Avatar
 2025년 12월 30일 10:50분

두 아이가 만화가 아니라 수학·역사 책을 골랐다는 반전이 뭉클합니다. 어느새 자라난 모습을 아버지의 시선으로 담담히 붙잡아 둔 기록이 참 좋습니다.



Search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