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제9화
2026년 3월 23일 09:00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고객님! 제가 원격으로 접속을 할 겁니다.
우선 확인이랑 동의 버튼 눌러주세요.”
어리석은 처녀는 곧바로 따라했습니다.
잠시 후 신데렐라가 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서.
유리구두를 신은 자신과 왕자님과의 우아한 왈츠를 상상하면서.
그간 비번의 감옥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해왔던 수감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주가 곧 풀릴 거라는 큰 희망으로 모든 과정에 임했습니다.
손이 아주 능수능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벌써 세 번째라 순서를 이미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다음, 다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거침없이, 아주 순탄하게.
마지막으로 인증을 받는 차례가 되었습니다.
천천히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혹시나 오타가 생길까 봐 아주 꼼꼼하게 입력했습니다.
1 8 6 0 4 0 2 4 7
“고객님! 전번 다 누르셨으면 인증번호를 넣어주세요.”
“네, 방금 다 기입했습니다. 잠시만요…”
설레는 마음으로 번호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오지를 않았습니다.
분명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기재했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5초.
10초.
30초…
“문자가 오지 않네요.”
“아 그러시군요. 이걸 하지 않으면 재설정 화면이 나오지 않아요….”
“아무 문제 없이 잘 사용 중이었는데 정말 이상하네요….”
방금 전만 해도 스팸을 과식해서 소화불량에 걸렸던 녀석이
갑자기 단식을 하다니??
유리구두가 쨍그렁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다음 서신에서 계속 -
🖋 신동혁 올림
📅 2026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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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거침없이 진행되던 흐름이 멈춰 서는 순간, 그 짧은 침묵이 더 크게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