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제15화

2026년 3월 31일 09:00분

디모데, 요한, 누가 형제에게

샬롬!

전화를 끊었습니다. 진듯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에도 미수에 그쳤습니다. 목적달성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통화에서도 비번리셋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현재 사용하는 계정에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를 연결했을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요.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 눈 앞에 알짱거리던 패스워드가 내 손에 쏙 들어올 것 같다는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이젠 하나로 합치게 되었으니 인증번호와 관련된 해프닝도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겠지...' '애플본사 시스템에서도 이 부분에 가산점을 줄거야....' '암! 그렇고 말고...' 뇌피셜이 희망의 풍선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았습니다.

휴대폰을 보았습니다. 새계정과 새번호가 마침내 연결된 새 피조물을. 7년째 사용하고 있던 오래된 기기였지만, 블링블링한 광채가 뿜어져나왔습니다. 파리 프레타포르테 무대를 누비는 수퍼모델처럼 위풍당당해 보였습니다. 제 몸에 딱 맞는 신상을 입은 채로 런웨이를 누비고 있는 맥퀸의 탑스타 마냥.

-다음 서신에서 계속-

🖋 신동혁 올림
📅 2026년 3월 31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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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3월 31일 17:07분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내면에서는 이미 방향이 틀어진 그 지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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